살구의 꽃은 매년 4월이면 쌀이 떨어진 집에서 살구 꽃이 피었다살구꽃은 겸연쩍게 한송이씩 차례로 피지 않고 하늘 밥처럼 겨우내 살구 나무의 몸통을 오르내리며 뜨거운 자신의 몸을 뜨거운 것이 동시에 탁과 나오는 것이었다살구꽃은 검은 눈동자를 가진 아이들이 맨발로 토전을 굴리다 한낮에 피는 것은 아니었다살구꽃은 낮은 지붕 처마 밑에 어둠이 서고 그 어둠이 졸한밤중에 손님처럼 가만히 피는 것이었다그리고 새벽이 오면 갈 곳 없는 별들의 따뜻한 주거가 되어 주기도 해였다살구꽃이 핀 아침이 되자 마을 곳 곳에서 쌀을 긁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바닥의 깊이를 아는 사람들은 서두르고 아궁이에 불을 지르고 굴뚝의 깊이 정도 굶어 죽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면 살구 꽃은 딱하게도 몇몇의 잎을 떨어뜨리고 주거나 하는 것이었다.그렇다고 살구꽃이 마음대로 자신의 몸을 털 것은 아니었다살구꽃은 마당에 나와서 앉는 노인처럼 하루 종일 햇빛으로 아랫배를 채우며 시간을 조정하는 것이었다살구꽃은 자신의 몸의 모든 기운을 한곳으로 모으고 열매를 맺은 뒤 열매가 굳게 가지 끝에 매달린 것을 확인하고 안타깝게도 지는 것이었다살구꽃은 살구 나무 아래에서 흙 놀이를 하고 놀던 아이들의 얼굴 위에 지는 것이었다그러자 아이들은 풋살을 하기까지 얼굴 가득 펼쳐지는 듯한 살구 꽃을 꽂고 잠이었다